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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트로신문/이소영의 명화 에세이]성바실리 성당-화가의 눈으로 기록하다
작성자 bbigsso (ip:)
  • 작성일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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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5081700123

 

 

 

성바실리 성당’-화가의 눈으로 기록하다.

 

 

그림1-성바실리 성당(출처:위키백과)

 

16세기. 몽고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모스크바 대공국의 황제였던 이반4세는 나라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있던 어지러운 시기에 등장한 리더였다. 그는 200여 년간 러시아를 점령하던 몽골의 카잔칸국을 항복시키고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성당 건축 설계를 명령한다. 1555년에 시작된 건축은 5년이라는 시간동안 완성되고 많은 사람들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탄복한다. 성당의 이름은 존경받던 예언자인 바실리의 이름에서 유래해 성바실리 성당이 된다. 지독한 아름다움은 치명적인 욕심을 부를 때도 있는 법. 이반 대제는 설계를 담당했던 '바르마''보스토니크'에게 섬뜩한 명령을 내린다.

 

여봐라. 이 건축가들이 다시는 똑같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눈을 파서 장님을 만들어라!”

 

누군가는 이 이야기가 사실에 근거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소문이라고도 한다.(그 이후에도 건축가들이 활동한 기록이 있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반증 때문에) 심지어 성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움을 탐낸 영국의 여왕이 건축가에게 작업을 의뢰하자 독살을 당했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건 성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기에 충격적인 이야기임은 확실하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자리 잡은 성바실리 성당은 엄마가 사온 빨간 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양파들을 닮았다. 그 양파들에 오색빛깔 곱게 색칠을 한 듯하다. 외모도 훌륭한데 똑똑하기 까지 한 사람들을 보면 샘이 나듯 성바실리 성당도 그렇다. 신비스러운 외형에 추운 러시아 날씨를 이겨낼 좁은 창문을 겸해 실용성마저도 훌륭하다. 나무가 많았던 환경인 러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목조건축이 발달했다. 하지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국가가 통일이 되면서 15세기 말, 16세기 초 유럽의 건축술들이 들어와 모스크바의 풍경은 점차 변한다.

바실리 대성당의 양식은 그들 중 가장 독특하고 기묘하다. 단층처럼 보이는 커다란 기단 위에 높은 탑 모양을 올리고 주변에 양파모양 형태의 8개의 예배당이 중심을 감싸는 형태이다.(8개의 돔은 카잔칸과의 8번의 전투를 상징한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색채를 덧칠해 더욱 화려해졌다.

 

화가들은 자신과 함께 살아가던 대상들을 그림으로 남긴다. 성바실리 성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러시아 화가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이제는 박물관이 된 성바실리 성당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림2-바실리 수리코프 /수비대 처형 날의 아침/1881/ 218x379

 

러시아의 민중화가로 불리는 바실리 수리코프(Vasily Ivanovich Surikov/1848-1916)는 귀족의 초상화에 열정을 보이던 당대화가들과는 다르게 핍박받는 민중이나 체제에 저항하는 혁명가들을 주제로 삼았다. 러시아의 오노레 도미에같다고 해야 할까. 그는 민중들이 있는 곳으로 작품을 보여주려고 화폭을 들고 이리저리 이동하며 전시했다고 하여 이동파라고도 불린다.

 

이 그림은 그에게 과거의 역사 속 한 장면이다. 표트르 대제가 권력을 잡던 시절, 그의 군 개혁에 반대하는 친위 수비대들은 강력히 봉기한다. 반란에 가담한 수비대들은 결국 처형을 당하는데 첫 날 표트르대제가 5명의 목을 베고, 그 이후로 6개월간 2000명이 넘게 참수를 당한다. <수비대 처형 날의 아침>이라는 이 작품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자 러시아의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화가 수리코프의 지인들을 모델로 활용해 표현했다. 피바람이 불었던 그날, 붉은 광장에는 처형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는 성바실리 대성당이 있었다.

 

 

그림3-아리스타크 렌트로푸/Saint Basil's Cathedral /1913

 

러시아의 입체파 화가 아리스타크 렌트로푸(Aristarkh Lentulov/1882-1943)의 그림 속 성바실리 성당은 경쾌하다. 이쪽저쪽 사방으로 울퉁불퉁하게 표현했으니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맥락이 닿아있지만 왠지 그것만 거론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색이 많고 풍부하다. 나뉜 면마저도 찬란해 보이는 배부른 작품이다. 1910-11년간 파리에서 공부하며 입체파 화가들과 교류하고 조국인 러시아에 돌아온 렌트로푸는 훗날 러시아의 아방가르드한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림4-콘스탄틴 유온/Palm Sunday Bazaar on Red Square/1916

 

위의 화가가 파리 여행 중 피카소와 페르낭 레제와 교류하며 러시아 스타일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다면 콘스탄틴 유온(Konstantin Yuon/1875-1958)은 피사로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했다. 그래서인지 표현이 정교하지는 않아도 전체적인 어울림이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 붉은 광장에 모였다. 그림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파 화가들의 자잘한 붓터치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엄마가 늘 했던 말을 우리는 이렇게 그림에서도 만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처럼 친구 따라 인상파가 된다는 말. 시냇물처럼 흘려듣던 어른들의 말들이 이 그림을 보니 문득 그리워진다.

 

 

 

그림5-표도르 알렉셰프/Red Square with St. Basil's Cathedral and Moscow Kremlin in background/1801.

 

표도르 알렉셰프(Fedor Alekseev/1753-1824)가 그린 성바실리 성당 풍경은 상반되는 두 이미지를 안고 있는 듯하다. 웅장하면서도 귀엽고, 소란스러워 보이면서도 한산하고, 어두우면서도 밝고그림이 화가를 닮는 것인지 화가가 그림을 닮는 것인지 그의 말년의 인생도 상반되게 기울었다. 젊을 때는 유명한 풍경 화가였으나 점점 인기는 추락하고 빈곤하게 지내다 세상을 떠났다. 한 푼의 돈도 없었던 그를 위해 아카데미는 장례식비용을 지불해주었다.

 

이제야 이 성당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면 혹시 이 장면이 아닐까? 30-40대의 어린 시절과 함께 성장한 세계적인 게임 테트리스. 이삿짐을 차곡차곡 정리할 때도, 아이가 가지고 노는 블록을 볼 때도 생각나는 바로 그 게임. 테트리스의 시작화면 속에 있는 건축물이 바로 성바실리 대성당이다. 1984년 테트리스 게임 개발 당시 미국과 소련은 냉전관계였지만 이 게임을 개발한 모스크바 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이던 알렉세이 파지트노프는 러시아 전통퍼즐 <펜토미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게임의 첫 화면에 바실리 성당의 이미지를 넣는다.

 

 

그림6-테트리스 게임 속 성바실리 성당

 

파리의 화가들이 수없이 에펠탑을 그렸듯이, 러시아의 화가들은 모스크바의 성바실리 성당을 그렸다. 화가들이 자신의 나라와 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그린 그림에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이 담겨있다.

1560년대에 완성된 성 바실리 대성당은 슬프고 참혹한 러시아의 역사적 순간에도, 기쁘고 소소한 러시아의 일상적 순간에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하루에도 급격히 변하는 세상 속에서, 매일 마음이 바뀌는 변덕쟁이 애인 옆에서 우리는 종종 지친다. 그럴 때면 몇 백년이상 말없는 증인이 되어 살아가는 건축물을 보면서 엄숙해진다. 감정의 기복이 날씨보다 심한 내 성격도 그들이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같아서. 우리의 삶 속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를 말없이 지켜봐주던 건축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아침이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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