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대표 이소영 및 소통하는 그림 연구소에서 연구하여 발간한 저서들을 소개 합니다.
출근길 명화 한 점 2019.07.09 조회: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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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도 옷을 입는다. 책들이 입는 '표지'라는 옷은 우리가 입는 옷과는 달리 본인들이 능동적으로 갈아입지 않으므로 누군가 갈아입혀줘야 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내 책들 중 내심 마음속으로 옷을 갈아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이 있었다. 첫 번째 옷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첫 책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고, 한창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미술 에세이를 연재하며 3만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독자님들을 만들어 준 시리즈라 감사한 책이기도 하고, 네이버 포스트로 만난 여러 동료 작가들과의 인연을 만들어준 책이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출판사 <슬로 래빗>을 만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새로운 표지 작품의 화가는 '존 윌리엄 고드워드 (John William Godward/1862-1922)' 다.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다. 표지가 막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상반된 두 감정을 느낀다. 책이 완성됐기 때문에 뿌듯하다. 또 한편으론 불안해진다. 표지가 완성되면 이제 책이 읽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환영받거나 비판받거나 분석되거나 잊힐 거다. 표지는 나와 독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면서 내 말을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서른두 살 때 나는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고, 나의 다른 부분이 옷을 입고 세상에 소개된다는 걸 깨달았다. 줌파 라이히는 이 책에서 내내 책표지에 대해서 고백한다. 자신의 책 표지를 보고 행복하기도 하고, 울고 싶고 찢어버리고 싶은 적도 있다고 말이다. 심지어 표지는 내 책을 잘 아는데 나는 표지를 잘 모르지만 친한 척해야 한다며 난감함도 표명한다. 참고로 줌파 라이히의 《책이 입은 옷》의 표지는 Amy Bennett 의 작품 중 일부다. 어떤 책은 표지가 예뻐 조금도 구기고 싶지 않고, 또 어떤 책은 표지만 봐도 그 책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일간 신문 [일코리에레델라세라 ] 에서는 신간 도서가 나오면 채점표에 표지 점수까지 있다고 하니, 내 책이 표지 대회에 나가면 몇 점을 맞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상과 대리석, 공예품 등이 등장한다. 그는 이런 물건들로 화실을 꾸미고, 고대의 옷을 입은 여인들을 그렸다. 하지만 이런 주제와 형식은 당시에는 진부하게 여겨졌다. |